- 한자협, 예결특위 하루 앞두고 증액된 예산안 통과 요구하며 당대표 면담 촉구 -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시작으로 더민주,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면담 진행

‘더 이상은 국가의 사기에 속지 않겠다’

국회정문 앞 장애인들~목에 쇠사슬로엮은 사다리 걸고

-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예결특위 앞두고 증액예산 안 결의.통과 요구~각 당대표 면담 요구

- 한국당 원내대표 김성태 시작으로 더블어민주당,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도 면담 요구


11월 14일 오후 휠체어(전동) 탄 장애인이 국회의사당 정문을 막아서고 목에 쇠사슬로 엮은 사다리를 걸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 늘 허리등이 비장애인보다 더 약하다. 그럼에도 쇠사슬로 엮은 사다리를 목에 걸고 그 무게 또한 감내하며 지탱하는 행위는 그어느 누구보다 본인들이 감수해야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통증을 감내하고라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쇠사슬로 엮은 사다리를 목에 걸고 지키겠다”라며 결연한 의지로 자리를 지켰다.

이들(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이 요구하는 것은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예산 확대다. 31년 만의 장애등급제 폐지를 앞두고, 예산안 삭감의 칼자루를 쥔 국회의원들에게 지금 국회를 통과하는 내년도 예산안이 장애인의 삶을 좌우한다는 것을 반드시 알려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굳은 의지였다.

바리케이드까지 치고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3당 원내교섭단체 대표면담 요구한 이들(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은 예산안 확대를 촉구하며 2018년 10월 26일부터 국회 맞은편 이룸센터 앞에서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그럼에도 그 어느 당과 대표는 물론 당관련자와의 만남에 답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 다달았고, 결국에는 11월 15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가 다가오자 통증도 아픔도 감내하고서라도 쇠사슬을 엮은 사다리를 목에 걸고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원들이 국회의사당 정문앞에 자리를 지키게 된 것이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은 이날 14일 오후 2시경부터 집회를 열고 △장애인연금 대상 중증(1~3급)으로 확대 △개인유형별 맞춤형 다양한 서비스 확대 및 예산 보장 △장애인활동지원 24시간 보장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예산 확대 △장애인 거주시설 신규입소금지 및 장애인거주시설폐쇄법 제정을 위한 예산을 강력히 요구하며 촉구하였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정부는 2019년 7월부터 장애등급제를 폐지 한다는데, 등급제 폐지는 사회로부터 장애인을 배제되고 격리됐던 지난 31년 긴 세월이 바뀌는 것이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숫자의 등급만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장애인의 인식개선은 물론 장애인.비장애인 동화된 사회참여 마당을 펼칠 수 있는 예산반영과 정책이 먼저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정부에 장애인활동지원 1조 4799억 원, 장애인연금 9746억 원, 탈시설 지원센터 5개소 설립 17억 원, 대구시립희망원 사건 해결을 위한 시범사업 예산 29억 원,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원 예산 64억 원 등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는 이러한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고, 탈시설 지원센터 설립 예산이나 대구시립희망원 시범사업 예산은 아예 책정조차 되지 않았다.

이러한 장애계 요구에 따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아래 복지위)에선 활동지원급여 1조1505억 원(1820억 원 증액), 장애인연금 8397억 원(1295억 원 증액),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원 64억 원(21억 원 증액)을 편성하는 등 증액 예산안을 수용했다. 또한, 정부 예산안엔 없던 탈시설 지원 17억 원, 대구시립희망원 시범사업 4억8천만 원을 신규 편성하는 것 역시 합의했다. 14일로 회의를 마무리한 복지위는 장애계 예산은 합의가 되었으나, 다른 복지 예산에 대해 끝내 합의하지 못해 복지위 간사들에게 합의가 위임된 상태다.

이에 따라 한자협은 예결특위 회의 전날인 14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을 각각 만나 예산특위에서 예산이 승인될 수 있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집회가 시작되는 14일 오후 2시까지 한자협의 면담 요구에 응하지 않은 상태였다. 예결특위에서 증액된 예산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동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원들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의 면담을 강력히 촉구하며 사다리를 목에 걸고 국회 앞을 막아섰다. 이형숙 3대적폐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지난 5일, 국회의원회관 앞에서 사다리투쟁 했을 때 자유한국당 직원이 나와 우리의 정책요구안과 김성태 원내대표 면담 요구안을 받아갔다"라며 "김 원내대표는 얼마 전, 우리가 걸어놓은 예산 반영 촉구 현수막 앞에서 '인증샷'을 찍어 내게 보내오기도 했다. 우리의 요구를 모르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아직도 우리는 김 원내대표와 만나지 못했다. 원내교섭단체 3당 중 자유한국당 의원만 아직 못 만난 상태"라고 분노했다.

그는 "우리는 등급제 폐지를 외치며 5년간 광화문역 지하에서, 청와대 앞에서, 그리고 국회 앞에서 싸워왔다"라며 "등급제 폐지는 장애인도 사람답게, 안전하게, 지역사회에서 살게 해 달라는 울부짖음의 결실"이라고 외쳤다.

이 위원장은 "그런데 지금 문재인 정부는 말로만 등급제 폐지를 한다며 '사기'를 치고 있다"면서 "이거 어떻게든 막아야 하지 않겠나. 이런 기만적인 행위를 눈 뜨고 보고만 있을 수는 없기에 절박한 마음으로 각 당 원내대표를 만나려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정문 앞을 지킨 지 약 2시간여 후, 김성태 원내대표가 모습을 드러냈다. 자유한국당 의원인 이명수 복지위 간사, 장제원 예결특위 간사와 함께였다. 김 원내대표는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해 예산 반영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자유한국당 대표단과 한자협 대표단은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김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대표단은 예산 반영 필요성에 동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한자협은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를 각각 만나 추가 면담을 진행했다.

3당 원내대표와 모두 면담을 마친 한자협 대표단은 오후 6시 40분께 국회 밖으로 나왔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각 당 원내대표들을 만났으나 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는 모두 '(예산 반영을) 노력하겠다'고만 했다"라며 "재차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했지만 결국 듣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특히 여당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일정이 있어 바쁘다'며 우리와 고작 5분의 면담을 했을 따름"이라며 "광화문역에서 장애등급제 폐지를 촉구하며 싸워온 5년의 시간이 겨우 5분 면담으로 돌아왔다"고 분노했다.

이어 박 대표는 "정부는 아직도 말로만 '장애인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하겠다'고 하고, 의원들은 '최선을 다하겠다'고만 하는 현실을 확인했다"라며 "더이상 이런 사기행각에 놀아나지 않겠다. 우리는 오늘 책임 있는 의원들을 만나 우리의 요구를 분명히 제시했다. 투쟁은 오늘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의 삶을 지켜내기 위해 끝까지 지켜보고 투쟁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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